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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알렉스 감발(Alex Gambal) - 베버리지뉴스 - Beverage News -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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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밤의 버건디 랩소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밤만 되면 생각나는 와인이 있다. 도멘느 드 라 로마네 꽁띠의 ‘라 따슈’(Domaine de la Romanée-Conti, La Tâche)다. 연구소 앞의 테라스에서 시원하게 칠링해 마셨던 2006년의 여름밤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렇다. 부르고뉴의 정갈하고 시원한 드라이 피노는 그야말로 한여름의 와인이다. 더위에 노곤해진 정신을 번쩍 깨우는 산도와 감각적인 타닌, 새침한 피니시까지 온 몸의 감각을 깨우고 힐링시킨다.

 

프랑스 중동부의 부르고뉴 지방은 선선한 기후와 석회점토질 토양으로 피노누아와 샤르도네가 번성할 수 있는 최적의 자연 환경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수백 년간의 포도 재배, 와인 양조 전통이 있고 그 노하우를 대대로 물려받은 우직한 생산자들이 있다. 전통과 역사성, 자연과 떼루아라는 프랑스적인 관념이 가장 깊이 뿌리내려 있는 곳이 부르고뉴 지방이다. 이런 곳에서 이방인이 적응하고 성장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달에 다룰 이 와인 회사가 더욱 빛을 발한다. 바로 미국인 알렉스 감발이 세운 메종 알렉스 감발 네고시앙 이야기다.

 

그는 속된 말로 ‘맨 땅에 헤딩’한 경우다. 선대로부터 사업과 포도밭을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맨 주먹으로 일궜다는 뜻이다. 잘 나가는 부동산 사업을 뒤로 하고 부르고뉴 와인에 꽂혀 프랑스 부르고뉴로 왔고, 이제 그는 꿈을 이뤘다. 여러 대에 걸친 오랜 역사를 가진 네고시앙에 비해 감발은 비교적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와인은 가장 흥미롭고 독창적이며 스타일리시하다는 평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피노에 빠진 알렉스 감발, 부르고뉴에 정착하다
미국 워싱턴DC에서 부동산업을 하고 있던 알렉스 감발. 1980년대 중엽부터 사무실 근처의 와인숍에 곧잘 들렸는데, 거기서 제시라는 직원이 만든 와인과 음식에 관한 멋진 뉴스레터를 즐겨 보고 읽었다. 단골이 됐고, 그 숍을 드나들었던 사람들과의 미식 만남을 즐겼다. 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와인에 점점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던 1990년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뮈지니(Musigny Grand Cru) 매그넘 1947년 빈티지를 맛보게 된다. 생애 처음 맛보는 그 위대한 맛은 그의 마음을 곧장 프랑스 부르고뉴로 이끌었다. 여기에 운명적인 만남이 더해졌다. 1992년에 알렉스는 프랑스 와인을 미국에 수출하던 부르고뉴 본(Beaune)의 와인 브로커인 베키 와써맨(Becky Wasserman) 여사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격려에 이끌려 1993년 자신의 본업인 부동산업을 접고 가족과 함께 부르고뉴 본에 들어왔다.


역시 인생의 전환점에는 항상 기회를 준 은인이 등장한다. 사실 보수성이 강한 부르고뉴에서 이방인인 알렉스가 정착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녀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부동산업에서 와인 산업으로의 전환은 완전히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알렉스도 처음에는 끝까지 정착할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가 근무했던 와인 회사의 주인인 베키 와써맨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그녀는 알렉스를 격려하고 가족을 설득시켜 부르고뉴에 머물며 지역에서 일을 찾게 했다. 결국 알렉스는 이미 부르고뉴에 잘 정착해 명성이 좋은 와인 브로커인 베키와 함께 일하며, 이후 3년간 와인 사업을 배웠다. 포도 농군 친구로부터 포도 재배하는 법을 틈틈히 배웠고, 1년간은 본 와인 학교에서 포도 재배와 양조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다. 그 때가 39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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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son Alex Gambal, 새로운 출발점에 서다
1997년 알렉스 감발은 자신의 네고시앙을 설립했다. 첫 10년 동안은 와인을 파는 일에 집중했다. 당시는 소유하고 있는 포도밭이 없었기에 포도와 포도즙을 구입해 직접 발효시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알렉스 감발이 미국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작 그의 마음속에는 늘 그가 맛보았던 ‘뮈지니’ 같은 와인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가 만들고자 하는 와인의 모델이었기에 지극히 정통적인 부르고뉴 방식만을 고집해 각 떼루아의 순수한 특징을 살려 와인을 만들었다. 초창기 와인메이커였던 파브리스 라롱즈(Fabrice Laronze)와 함께 감발 회사는 10년 만에 안정과 명성을 갖게 됐다.


처음에는 포도주 상태로 와인을 구입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포도를 구입해 양조했고, 2005년부터는 조금씩 밭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2005년에 볼네(Volnay) 마을에 있는 부르고뉴 지방단위급 포도밭을 구입해 비로소 본인 소유의 밭에서 직접 기른 포도로 만든 피노와 샤르도네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알렉스 감발의 와인은 부르고뉴 생산자들에게까지 인정받으며 포도밭을 조금씩 매입할 수 있게 됐다. 외국인에 대한 빗장이 열린 것이다. 2011년에는 외국인 최초로 바따르 몽라쉐(Batard-Montrachet) 그랑크뤼의 포도밭을 매입할 수 있었다.


현재 알렉스 감발과 함께 경영을 맡고 있고 와인메이커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 알렉상드르 브로(Alexandre Brault)다. 2011년부터 양조 컨설팅을 했던 그는 2014년부터는 관리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젊고 활동적이며 개방적인 그의 등장으로 알렉스 감발 회사는 새로운 도약의 초석을 닦았다. 현재 감발사는 부르고뉴 전역에 걸친 12ha의 자가 소유 포도밭에서 약 30여 종, 연 6만 병의 와인을 생산해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부르고뉴 전통에 충실한 부르고뉴 와인
그의 첫 와인은 생또뱅(Saint-Aubin Les Murgers des Dents de Chien Premier Cru)과 사비니 레 본느(Savigny-les-Beaune)였다. 1998년과 1999년에 직접 이 와인들을 만들었는데, 과일 풍미와 지역의 특성을 살리도록 신경을 썼다. 사비니 피노누아 와인은 전형적인 지역색을 가졌으며, 생또뱅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은 풍부함보다는 섬세함을 살렸고 미네랄 특성을 잘 표현했다.


보통 네고시앙들은 20%의 좋은 포도와 60%의 일반 포도, 20%의 보통 포도를 섞어서 한 와인을 만들었던 관행이 있었다면, 감발은 처음부터 상급 품질 포도로만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좋은 포도에서 좋은 와인이 만들어진다는 그의 철학은 이때부터 다듬어지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는 자사 소유 포도밭을 바이오 다이내믹 생태 영농 철학으로 관리하고 있다.


양조도 매우 전통적인 부르고뉴 방식,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각 지역의 포도에 붙어 있는 야생 토착 효모에 의해서만 발효를 진행하고, 몇몇 레드 와인은 포도송이를 통째로 넣어서 발효한다. 오크 배럴에서 발효 및 숙성을 진행하며 정제와 여과는 화이트 와인에 최소한으로 진행한다. 모든 공정은 중력 낙차에 의한 내리기 방식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이산화황의 사용은 가급적 최소화하려 노력한다. 오랜 보관 기간 동안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주 안 넣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하 셀러에서 와인을 키워 내는 오크통 사용 방법에도 신중을 기한다. 여러 오크 제조사의 특성을 파악하고 해당 와인의 떼루아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 오크통 숙성에 들어간다. 알렉스는 프랑스어의 ‘배양 숙성(Elevage)’을 설명하며, 영어로 ‘Raise’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아이를 키우듯이 와인을 키워 나간다는 뜻이다. 감발사의 셀라 마스터 마티유(Matthieu)는 30여 가지의 와인을 양조하고 배럴 숙성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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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루아가 살아 숨쉬는 부르고뉴 와인, Alex Gambal
처음 알렉스가 부르고뉴에 왔을 때는 네고시앙이 적었고, 포도 농군들은 양조할 포도를 충분히 공급해 줬다. 20세기 후반 부르고뉴 와인 붐이 폭발하자 네고시앙의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개별 생산자들은 직접 그들의 포도를 양조해 병입하기 시작했다. 네고시앙들은 양조할 포도를 조달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21세기에 들어 수확량이 적은 빈티지가 이어지자 2011년 감발 메종은 품질 좋은 포도를 장기 지속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포도밭 관리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발은 부르고뉴의 지질학 전문가인 프랑수아즈(Françoise Vannier-Petit)를 초빙해 소유하고 있는 포도밭을 구획별로 토양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각 포도밭의 개성과 특성을 파악하고 그 통찰력을 바탕으로 각 포도밭을 관리할 더 나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낼 수 있게 됐다.


그는 ‘떼루아(Terroir)’라는 말 보다는 ‘특성, 또는 개성(Character)’이라는 표현을 더 잘 사용한다. 뛰어난 포도밭은 각기 자기의 특성, 개성을 가졌다고 믿고 있다.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포도 재배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한 토양, 건강한 나무, 적절한 생산량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물론 최적의 시기에 수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그의 포도 재배에 관한 그의 기본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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